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리뷰 한강 소설 - 책 속의 온기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리뷰 한강 소설

최근 한동안 마음이 공허했습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세상은 여전히 아프고, SNS를 보다 보면 사람들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듯했습니다.
그럴 때 문득 책장에 꽂힌 오래전 읽었던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였는데 읽는 내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꼭 읽어야 할 이야기 라는 생각은,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리뷰 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한강 작가가 제주 4·3 사건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소설입니다.

주인공 경하는 소설가입니다.


그는 눈 내리는 벌판에 수천 개의 검은 통나무가 묘비처럼 서 있는 꿈을 꾸며, 과거 자신이 다뤘던 학살에 관한 작업과 연결 짓습니다.

 



그는 제주에서 목공 일을 하는 인선과 함께 그 꿈을 바탕으로 영상 작업을 계획하지만, 인생의 무게에 짓눌리며 진척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선이 작업 도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경하에게 급하게 제주 집에 혼자 남은 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폭설이 휘몰아치는 겨울, 경하는 결국 그 부탁을 외면하지 못한 채 제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70년 전 제주 4·3 당시 민간인 학살의 비극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인선의 가족이 겪은 고통스러운 과거가 하나하나 밝혀지며, 독자는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부분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저는 특히 2부에서 깊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감동이라기보다는, 고통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인물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당시의 이야기는 제주 방언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고, 갓난아이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는 묘사에서는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깊이 잠들지 못한다.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한다. 여전히 숨을 짧게 쉰다. 나를 떠난 사람들이 못 견뎌했던 방식으로 살고 있다. 아직도.' (p.28)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 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 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빡이는…… (p.316)

이처럼 한강 작가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합니다.

 

리뷰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소설이 아닙니다.
기억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역사, 그 역사 속 이름 없는 이들의 고통을 꺼내 보이며,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것을 기억하고 있느냐'고. 그리고 '이후의 세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느냐'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다룬 소년이 온다에 이어, 이 책에서도 작가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고 고백하면서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말합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들고, 그 고통이 나의 것인 양 마음에 새기게 합니다.

 

기억해야 할 이야기, 반드시 전해야 할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누군가를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끝까지 붙잡고 싸우겠다는 선언입니다.

이 책은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사건은, 역사로 남지 못한다는 말을 저는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제주 4·3 사건, 그리고 그 시대를 살다간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기억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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